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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이야기...

카메라는 복사기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DSLR 이 많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3-2004년 쯤?) 전문 사진가들이나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들 그리고 하이 아마추어 취미 사진가들 정도만 사용하면 전문 DSLR 카메라가 우리 보통의 일상속에 깊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굳이 대단한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뛰어난 화질과 멋진 표현의 사진을 일상속에서 남기기 위해 DSLR 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역시나 수백만원 이상의 값비싼 DSLR 이 아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백만원 미만의 중.보급형 DSLR 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뛰어난 화질과 표현력의 DSLR 을 저렴한 가격에 많은 이들이 사용하게 된 것은 참 좋은 일임에 분명하겠지만 그로 인해서 몇몇 안타까운 모습들이 생기게 된 것도 사실이다.

사진을 위한 DSLR 이 아닌 남에게 그럴듯해 보이기 위한 허세나 뽐내기용 같은 그런 문제는 개인의식에 대한 것으로 치부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보기에 가장 안타까운 점은 꼽는다면 사람들이 카메라를 마치 고화질 복사기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것이다. 일반 컴팩트 디카가 일반 보급형 복사기라면 DSLR 카메라는 고화질 복사기처럼 말이다...


■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다. 그런데 사진(Photography)이란 과연 무엇인가? 사진의 어원을 살펴보면 "빛" 과 "그림" 의 합성어로 흔히 "빛으로 그린 그림" 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붓과 물감을 이용하는 그림과 빛을 이용하는 사진에는 한가지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상상력" 의 반영 여부이다. 붓과 물감을 사용해서 작가가 자유롭게 그리는 그림의 경우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을 그대로 재현하는 "정물화" 나 "풍경화" 등도 있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존재나 모습을 캔버스에 그릴 수가 있다. 그렇지만 사진은 그럴수가 없다.

그림과 사진의 차이 (상상력의 투영여부) 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마르크 샤갈" 의 그림이다. 그의 그림들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상상속의 세계를 아름다운 색채와 자유로운 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필연적으로 빛과 사물이라고 하는 자연속의 존재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행위에 상상력을 반영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이라는 매체의 발명 이후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가 된 것이 바로 보도.기록 분야이다. 없는 것을 찍을 수는 없고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빠른 시간에 담아낼 수 있는 사진의 특성은 많은 이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자료를 기록하고 보존하는데 유용하다.
하지만 사진이란 그런 기록적 특성만이 아니라 현실의 재현과 보존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발명 이후 또 한가지 영역 즉 예술적 영역에서 미술과는 또 다른 하나의 예술적 매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각종 광고.인쇄 매체에 사용되는 연출사진부터 다큐멘터리. 전시회등 많은 곳에서 예술적인 아름다운 사진이 널리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사진들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빛" 과 "사물" 이라는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이라는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 즉 현실의 반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과연 카메라라는 것이 복사기나 스캐너와 다를게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복사기라고 불리는 것은 평면 문서 따위를 카피하지만 카메라는 야외에서 보이는 것을 그 모습 그대로 카피하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수는 없다. 사진이라는 것이 흔히 보이는 그대로 찍힌다 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찍는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대로...라기 보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라는 말이다.
즉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구도의 편집이나 밝기의 조절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사진은 사진가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점에서 사진이라는 것은 단순한 카피와는 다르게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기에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단순히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에 따른 현실의 재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풍경보다 더 디테일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고 흑백사진을 통해 세상을 흑과 백은 톤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진을 만들기 위한 도구가 바로 카메라다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한 도구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 화질.화소 보다 중요한 표현.

요즘 왠만한 DSLR 카메라들이나 심지어 일반 컴팩트형 디지털 카메라들도 대부분 1000 만 화소 이상의 초 고화질 카메라 대부분이고 광학 기술역시 나날이 발전해 가면서 과거보다 렌즈의 성능도 더더욱 좋아져가고 있기 때문에 화질.화소 같은 기기적인 성능면에서는 그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이제는 다른 카메라보다 더욱 좋은 화질 더 높은 화소 더 뛰어난 기계적 성능등으로 경쟁을 하고 있을뿐 사진을 찍기 위한 기본적인 성능과 화질면에서는 부족한 카메라나 렌즈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일부 사진가들은 흔히 "장비병" 이라고 불리는 좋은 카메라.렌즈를 사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 더 좋은 악세사리등을 사용하면 과연 사진이 더욱 좋아질까? 아닐것이다.

물론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면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더 깨끗하고 뛰어난 사진을 얻을 수 있고 더 멋진 표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밝은 개방 조리개의 대구경 렌즈를 사용하면 멋들어진 배경흐림 표현이 용이하고 더욱 그럴듯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진짜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에는 그런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싸구려 카메라와 보급형 렌즈만을 가지고도 피사체에 대한 뛰어난 시선과 빛에 대한 응용만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수백만원 짜리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한 사진에 부족함 없는 사진을 만들 수가 있다. 카메라와 렌즈는 사진을 만들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사진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복사기와 스캐너를 사용하면 원본 문서나 그림을 더 생생하고 깨끗하게 고화질로 카피할 수가 있겠지만 더 좋은 카메라와 더 좋은 렌즈가 있다고 해서 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화질.화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진 자체를 위한 표현이다.


그것을 위해 사진가는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관찰 그리고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구도와 앵글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좋은 카메라와 렌즈는 사진가의 그러한 노력이 충분히 들어갔을 경우에 더욱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사진가의 노력과 고민없이 좋은 장비만으로는 결코 될수 없다.


■ 성능. 화질에만 매달리는 안타까운 카피어들...

DSLR 이 많이 보급이 되면서 인터넷 상에는 각종 DSLR 카메라 및 렌즈에 대한 분석과 리뷰를 전문적으로 하는 리뷰 사이트들이 많아지고 각종 사진 커뮤니티에서도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사용 경험을 리뷰로 올리면 직.간접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카메라와 렌즈의 사용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리뷰 사이트들이 많아지고 많은 이들의 다양한 리뷰가 올라오면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고가의 장비를 직접 사용해 보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카메라.렌즈들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원하는 장비에 대한 구매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리뷰라고 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카메라의 기기적 성능과 화소등과 렌즈의 화질과 해상력등에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계.광학적 성능을 점수화 시켜서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해상력이 좋다.나쁘다로 판가름 하는것은 각종 기기들에 대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비교해 볼 수 있다라는 점에서는 좋은 점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높은 성능과 뛰어난 화질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좋은 장비는 사진가의 노력과 고민이 바탕이 될때만 더욱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지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해상력이 높은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단순한 고화질 카피가 아닌 사진에 있어서는 고화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 자체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렌즈의 최대개방 화질에 미친듯이 집착을 하고 카메라의 연사속도 최대 화소에 열광을 해 봤자 과연 그런 화질과 화소를 100% 다 쓰게 될 경우가 얼마나 될것인가 말이다. 1000 만 2000 만 화소짜리 카메라에 수백만원 짜리 최고급 렌즈로 사진을 찍어도 종국에는 긴축 1000~1200px 내외의 웹용으로 리사이즈 하고 프린트를 해봐야 고작 4x6 인치정도의 포켓 사이즈 인화가 대부분이며 크게 확대한다고 해도 11x14 인치 정도의 확대를 하는데 과연 그런 고화질의 고해상도에 집착할 이유가 무엇인가 말이다. 혹여라도 20x30 인치 이상의 대형 사이즈 인화를 위해서라면 나는 차라리 8x10 이나 11x14 인치짜리 고화질 프린트를 고해상도 드럼 스캔한 후에 다시 초대형 인화를 하라고 이야기한다. 300dpi 정도의 고품질 8x10 인치 프린트를 전문 드럼 스캐너로 스캔 한 후에 대형 인화를 하면 20x30 인치가 아니라 100 인치 이상의 대형 인화에서도 높은 해상력을 볼 수 있는 5-6000 만 화소 이상으로 스캔이 가능하다. 드럼 스캔하는 비용도 한장에 3~5 만원 정도에 불과 하기 때문에 일년에 한.두장 할 일도 없는 20x30 이상의 대형 프린트를 위해서 초고화소 카메라와 높은 고해상도 렌즈를 수백만원씩 주고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물론 내가 고화질 고해상도 카메라와 렌즈를 쓰는것 자체를 문제라고 하지는 않는다.
본인이 더 좋은 카메라 렌즈를 쓰고 싶고 더 좋은 카메라와 렌즈로 더 좋은 사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좋은 카메라.렌즈에만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먼저 좋은 사진을 찍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앵글을 시도하고 좋은 포인트를 찾아가고 노출과 화벨등을 신경쓰는 사진 자체를 위한 노력이 먼저 되어야 한다라는 말이다.
좋은 사진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면서 더욱 좋은 사진을 위해 더 좋은 기기를 추구하는 것을 과연 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사진에 대한 노력은 없이 단순히 더 좋은 고화질.고해상도의 장비들만을 추구하는건 스스로 단순한 고화질 카피어가 되겠다는 것 외에 무엇이겠는가...안타까울 뿐이다.

싸구려 보급형 카메라와 번들 렌즈가지고 제대로 된 사진을 만들 수 있겠냐고?
















  저렴한 보급형 DSLR 카메라에 기본 번들급 렌즈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은 만들 수 있다.


본 포스팅에 포함된 모든 사진은 본인이 니콘의 중.보급형 필름 카메라인 F90 과 24-120mm F3.5-5.6 의 중.보급형 줌 렌즈 그리고 보급형 미러리스 카메라인 소니 NEX-5 에 18-55mm F3.5-5.6 기본 번들 렌즈로 촬영한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을 찍기 위해 수백만원 짜리 고가의 카메라.렌즈는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