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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들...

105mm F1.8 - 니콘 전설의 한 페이지를 채우는 렌즈.


일본 최고의 광학 회사중 하나인 니콘의 90 년 광학 역사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기는 과연 언제였을까?
앞으로 더욱 찬란한 영광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를 돌아보았을때 니콘 영광의 시기는 분명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다. 그 중에서도 완전 수동 기계식 카메라 시절말이다.



MF Nikkor 105mm F1.8 - 이제는 전설로만 기억하는 렌즈.

니콘 F 시리즈로 시작된 그 영광의 시기는 F2. F3 로 이어졌고 뛰어난 내구성과 성능의 카메라 바디와 함께 높은 광학기술의 Nikkor 렌즈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지금까지 5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니콘의 F 마운트 렌즈들 중에 수많은 명 렌즈들이 있었다. 그 유명한 Noct 58mm F1.2 렌즈도 있고 35mm F1.4 렌즈도 있다. 그리고 또 손꼽을 수 있는 렌즈가 바로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렌즈인 105mm F1.8 렌즈다.


105mm 의 준망원 렌즈에서 62mm 구경에 F1.8 이라는 넓은 개방 조리개를 가지는 렌즈.
100mm 이상의 렌즈에서 F2.0 이하의 렌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나오는 렌즈의 경우 같은 105mm 초점거리에서 F2.0 의 AF 렌즈로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도 100mm 이상 초점거리에서 F1 대의 개방 조리개를 가지는 니콘 렌즈는 이 렌즈가 유일하다. 어쩌면 더이상은 나오지 않기에 이 수동 렌즈가 니콘의 인상깊은 명렌즈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넓은 개방 조리개를 가지는 렌즈답게 꽤 묵직한 크기와 무게를 가지고 있다. 이 렌즈는 별도의 외장형 후드가 따로 있지 않고 내장형 후드를 장착하고 있다. 위 사진처럼 초점 거리에 따라서 렌즈의 경통 길이가 변화하게 되고 후드를 꺼내면 길이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전형적 니콘 수동 렌즈의 생김새를 보인다.


카메라에 105mm 렌즈를 마운트해 본 모습이다. 역시 토끼귀 달린 수동 니콘 렌즈는 수동 F 시리즈 카메라에 물려야 가장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당연한건가?) 꽤 단단한 듯한 인상이라는 느낌? 니콘의 수동 렌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이 렌즈 역시 개방 조리개 수치에 비해서 렌즈의 구경은 약간 아담한 편이다.
요즘의 자동 초점 렌즈들의 경우 보통 이 정도 초점거리에 개방 조리개라면 72~77mm 정도의 넓은 구경들이 대부분이지만 과거 니콘 수동 렌즈들의 경우 F1.2~1.8 의 넓은 개방 조리개 렌즈들도 52~62mm 정도 구경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해상력이 요즘 렌즈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105mm 에 F1.8 이라는 넓은 개방 조리개는 역시나 극히 얇은 심도 표현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배경을 그냥 지워버린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이 정도로 컴팩트한(?) 크기의 렌즈에서 이 정도의 배경 흐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이 렌즈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일 것이다.
위 사진에서 초점이 맞은 마우스와 배경에 보이는 모니터와의 거리는 약 30cm 모니터 앞 키보드와의 거리는 불과 마우스 뒤 10cm 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임에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도가 얇다.

그렇기 때문에 이 렌즈가 주로 사용되는 분야는 단연 야외 인물 촬영이다.
85mm 105mm 135mm 는 적당한 중간 거리에서 인물 사진을 촬영하기에 매우 적절한 화각이기 때문에 과거
나 지금이나 인물 촬영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렌즈들이다. 게다가 F1.8 의 개방 조리개의 표현력은 환상적인 표현의 인물 사진을 만들어 내기에 딱이다. 특히 과거 기계식 니콘 렌즈들의 경우 배경 흐림의 표현이 매우 부드럽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요즘 렌즈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요즘 나오는 니콘 렌즈들 중에 이 렌즈와 가장 유사한 렌즈는 AF Nikkor 135mm F2.0 DC 렌즈 정도가 있다. 105mm F2.0 DC 렌즈도 있었으나 요즘에는 105mm 는 더이상 신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이상은 나오지 않기에 이 렌즈가 더 유니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타사의 렌즈들 중에서는 소니의 ZA Sonnar 135mm F1.8 렌즈가 있다. 135mm 에 F1.8 의 개방 조리개면서 자동 초점까지 되는 렌즈이기 때문에 소니 알파 마운트 카메라 사용자들에게는 선망의 렌즈다.


만약 니콘에서도 이 105mm F1.8 렌즈를 AF 화시켜서 다시 리뉴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최근 니콘에서는  AF-S 24mm F1.4 나 AF-S 35mm F1.4 등 밝은 개방 조리개의 고급형 렌즈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출시되고 있기에 이 렌즈의 AF-S 버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정말로 이 렌즈가 AF-S 105mm F1.8 로 리뉴얼 된다면 AF-S 50mm F1.2 와 함께 가장 기대하는 니콘의 새로운 최고급형 렌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35mm F1.4 / 85mm F1.4 G 처럼 실망스런 렌즈가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사실 이 렌즈는 참 우연한 기회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 렌즈는 생산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데다 또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렌즈라서 그런지 거의 중고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렌즈중에 하나인데 지난 설 연휴 기간에 부모님이 계신 대전에 내려갔을때 배터리를 사기 위해 잠깐 들어간 대전역 근처 카메라 전문점에서 이 렌즈를 발견하게 되었다. 연식에 비해 너무나 깨끗한 외관과 흔치 않은 렌즈...꼭 한번쯤은 써보고 싶었던 렌즈였지만 과연 이 렌즈를 얼마나 많이 쓰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구입을 망설이다 그냥 나왔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렌즈를 다시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을것 같아서 (가격도 보통 시세에 비해 매우 착했다) 서울에 다시 올라온 이후에 다시 전화해서 렌즈를 구입하고 오늘 택배로 받아 버렸다 ^^;;


분명 이 렌즈는 그렇게 많이 쓰이지는 못할 것같다. 하지만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그저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뿌듯하고 흐믓해지는 그 무언가가 있는 그런 렌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뭐 이번 주말에는 이 렌즈를 물리고 가볍게 야외로 한번 나가볼 생각이다. 나를 얼마나 놀래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