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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이야기...

삼성 vs 애플 소송전의 결과를 기다리며...



참 그동안 오~~래 끌어온 삼성과 애플간의 디자인 특허재판이 요즘에 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거 같다.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지만 

최근 재판의 쟁점이 되고있는 내용중 삼성은 애플 또한 독창적인 자신들만의 디자인이 아니라 소니의 디자인

스타일을 따라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미 애플도 선행된 시장 선도적 디자인을 참고

하고 따라하려 했고 삼성의 디자인들 역시 그러한 일환에서 애플을 참고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오래동안 해당 내용들을 쭉 지켜보고 또 애플과 삼성 그리고 소니등의 제품을 많이 사용해 오던 한 개인으로서

애플이 소니를 따라했는가? 삼성이 애플을 따라했는가? 에 대한 것이 아닌 순수하게 각 회사들의 제품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보고 느낀점을 평가해 본다면...



      


애플이나 소니의 제품들이 가지는 가장 큰 디자인이 강점은 스타일리쉬한 전체 디자인 뿐만 

아니라 탁월한 마감의 디테일이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만족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최근의 소니 제품들은 그러한 부분에서 과거에 비해 조금 그 마감 디테일에 대한 부분이 많이 희석되었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른 제조사들에 비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애플의 제품들을 보면 단순히 디자인의 모양이 아니라 제품의 마감 수준이 놀라울만큼 높은편이다.

조금 과장되서 말하면 어느 하나의 제품이 그냥 제품이 아니라 잘 깍고 다음어진 장식품 같다고 느낄 정도?

사실 그런 이유로 애플의 제품들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디자인인데 아주 미세한 선의 라운드처리나 색상의 배치 깔끔한 디테일등의

요소 요소들이 모여서 하나의 멋진 오브제를 연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한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삼성의 디자인은 몇가지 부분이 참 아쉽다.

 

분명 삼성의 제품들도 멋진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다. 세계 판매 1위의 TV 제품들도 그렇고 최근에 발매된 갤럭시S3 

등도 그렇고 하나 하나 놓고보면 참 잘 만들어진 디자인들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을 보면 아쉬운 

점들이 꽤 눈에 많이 띄는 편이다. (늘상 마감이 부족하다)

 

마치 멀리서 봤을때는 아름다운 숲이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구석 구석에 썩은 나무들이나 

쓰레기들이 방치되어서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그런 느낌?

  

또 애플이나 소니처럼 제품의 디자인적으로 호평을 받는 브랜드들을 보면 하나의 제품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제품군에 대해 시기별 세대별로 어느정도 통일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보이는 편이다.

최근의 애플 제품들은 무광 알루미늄을 외장재로 사용해서 고급스러우면서도 깔끔한 도시적인 이미지를 제품 

디자인에 표현하는 디자인 흐름을 가지고 있지만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스노우 화이트라 불리는 우유빛깔 

플라스틱 소재를 전체적인 제품군의 주 외장재로 많이 사용했다. 

 



당시에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예쁜 인상의 외관 형태를 스노우 화이트 외장재로 감싸는 제품 디자인으로 약간 

귀여운 여성같은 느낌을 제품들이 당시 애플 제품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였다.

200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무광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서 소재 자체의 약간 거친(?) 느낌을 그대로 제품에 

투영하면서 선은 기존보다 더 간결하고 깔끔하게 만들어 약간 세련된 도시 남성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디자인으로 그 아이덴티티가 바뀌었다.



 

마치 노출 콘크리트 기법으로 만들어진 건축물들처럼 소재의 디테일을 그대로 살려 오히려 별도의 외장을 하는 

것보다 더 세련된 느낌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스노우 화이트 컬러의 애플 제품들과도 미요하게 

이어지는 느낌을 잘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삼성의 제품 디자인들을 보면 그러한 세대 전반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패밀리룩 이라던가 어느누가 보더라도

 

"아 이건 삼성의 제품이구나"...할만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해주는 디자인은 없다. 


삼성 브랜드 전체를 보면 제품 분야마다 당시에 추구하는 디자인 흐름이 다 다르고 같은 제품군이라고 해도 짧게는 

6개월 길어도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기존 제품과 전혀 다른 스타일로 디자인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흔히 '애플 스타일' 이다 '소니 스타일' 이다 라고 이야기하면 딱 떠오르는 디자인 이미지...가 있다

비단 IT 쪽은 애플이나 소니가 아니더라도 가구업계 쪽에서 '이케아 스타일' 이다 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AV 쪽에서 'B&O 스타일' 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등이 있다.

(B&O 의 수석 디자이너 였던 데이비드 루이스가 사망하면서 그 특유의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는 거 같기는 하지만)

  

하지만 '삼성 스타일' 이라고 머리속에 디자인을 딱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예전 피처폰 시절에 '애니콜 스타일' 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들은 있었던 거 같다.

당시 삼성에서도 '이노 디자인' 의 이명세 디자이너등이 참여하면서 상당히 독창적이면서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디자인의 제품들이 꽤 많이 나왔었던거 같은데 어느순간부터 그런것이 없어져 버리고 마치 어디선가 본듯한 디자인

의 제품들이 삼성의 마크를 달고 나오는 경우가 참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삼성뿐이 아니다. 한때 전세계 휴대폰 업계에서 디자인 선도기업이었던 LG 역시 요즘은 별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삼성과 애플의 싸움(?)을 보면서 애초에 삼성이 조금 더 자신들만의 확실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디자인도 삼성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마감도 더 훌륭하고 디테일하게 만들어서 작은 휴대폰부터 커다란 

디스플레이 기기들까지 삼성의 제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마치 하나의 작품을 소유하는 것처럼 흡족해지도록

했다면 어떠했을까? (이런것들이 무조건 비싼 제품만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애플.삼성 모두에게 상처뿐인 영광이...


확실한건 이번에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소송에 삼성이 패소하지 않고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삼성 제품들에 대한 일반적

디자인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승패여부를 떠나서 디자인을 따라했다고 제소당했고 그 사건이

전세계적으로 화자가되고 조롱거리가 되었었다...는 사실만큼은 계속해서 삼성의 꼬리표가 될 테니 말이다.

우리들이 흔히 중국산 카피 제품들을 조롱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말이다.

물론 삼성의 제품들은 중국산 저가 카피 제품들처럼 저급한 품질을 가진 것과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겠지만...

또한 애플 역시 이번 소송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크게 얻을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업계 선도기업으로서의 이미지적 방어와 재고는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소송전을 통해 적나라하게 들어난 애플의 각종

전략과 행보들은 삼성 못지 않은 전세계적인 비난과 조롱거리가 되었다. 

사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가치를 가진 기업이면서 왠만한 하나의 국가보다도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의

입장에서 이번 소송을 통해 어떤 경제적인 이득이나 배상을 받는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오히려 애플에게는 선도기업으로서 소비자의 인식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인정받는다는 것에 이번 소송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역시 이번 소송전으로 잃어버린 것들이 참 많은 듯 하다.

지금와서 애플이나 삼성 모두 한쪽이 포기할 수가 없는 상황까지 되어버렸으니 이제 못 먹어도 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