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저 그런 이야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지난 23 일 너무나 충격적인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



일하던 중 그 소식을 접하고

나는 거짓말 하지 말라 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끊임없이 그 소식을 전한다.

내 가족과 친구의 일인양

아프고...슬프고...괴롭다.



그 분 가시는 길에

꽃 한송이 뿌려 드리고자 늦은 밤 빈소를 찾았다.



생전에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바쁘단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더니 이렇게 가고 말았다.



늘 생각보다 행동이 늦은 것은

이렇게나 큰 후회와 통곡을 남긴다.













3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봉하 마을

그분이 그렇게 좋아하시던 고향은 정말 너무나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새벽이었음에도 수많은 경찰과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그분의 지지를 상징하는 노란 매듭들과...그 뒤로

고인의 명복을 비는 플랜 카드가 걸려 있다.












빈소로 향하는 마을 길목에는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놓아 둔

수많은 촛불이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분은 이런 촛불과 같은 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바보 노무현"


이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던 그분

이 나라의 대통령 이라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결코

권위적이지 않고 항상 밝게 사람좋은 웃음 지어주시던 분...

너무 사람좋아 보여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조롱과 희화를 받은 분..


그런데 그 분은

그것이 바로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이란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위를 밝히다가

제 몸은 모두 타고 녹아 처절하게

타버리고 녹아 내리는 저 촛불처럼...

그분은 그렇게 살았다.
















늦은 새벽 시간인데도 참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빈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 분이 이렇게나 많은 국민들에게 큰 슬픔을 주고 애도를 받으며

멀리서까지 그 분의 빈소를 찾아오게 하는 것은

비단 전직 대통령 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 분은 바로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며

꿈을 꾸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청년들과

 나의 어린 자녀가

더 좋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젊은 부모들의

정치적 신념과 믿음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였습니다.


그러한 신념과 믿음의 상징이 이 세상에서 무참히 사라졌기에

우리는 더욱 애통하고 비통한 심정 일 것입니다.














그 분의 빈소에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헌화를 하고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그 어렵다는 사법 고시에 힘들게 합격하고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편안한 길을 놔두고

고생과 어려움이 가득한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했던 그분...
















정치 입문 후 한국 정치계의 큰 거물급 인사의 밑에서

비호를 받으며 무난히 정치적 위치를 키울 수 있었음에도

소신과 신념에 반하는 행동에는 결코 뜻을 같이 하지 않고


미련스럽게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 4번의 낙선에도

굴하지 않았던 바보같이 순수했던 젊은 정치인...














그런 그 분의 우직하고 고집스러운 순수한 열정과

올바른 신념에서 과거 수많은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의

온갖 비리와 부정 부패를 보면서 자라왔던 우리들은

새로운 미래...이 나라의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그 희망을 향해 모두의 힘을 조금씩 모아서

작은 한표 한표가 모여

우리들은 그 분을 이 나라 권력의 정상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그 분을 정상으로 올려줄

계단의 한 칸 한 칸이 될 수 있는 힘은 있었지만

그 분이 그 정상의 자리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쏟아지는 우박들을

막아 내고 견뎌 낼 수 있는 힘이 우리들은 없었다...



그 분을 올려 놓았지만 지켜 줄 수는 없었다.

그곳에서 그 분은 홀로 정상의 매서운 바람과 시련에 맞서 싸웠다.



그렇게 홀로 싸우고 견디던 그 분은

결국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리들의 기억속에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렇게 세상과 다른 곳으로 가셨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지켜줄 힘이 우리에게 없었음이...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당신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당신을 사랑하고 아꼈던 마음을 담아




당신의 빈소에 꽃 한송이를 올리고...















가시는 당신을 애도하며 슬퍼하는 일과















살아 생전 마지막에

그 답답한 마음에 깊은 한숨과 함께 뱉어내길 바라셨지만

그 마저도 할 수 없었던



작은 담배 한 개비...






이것이 우리가 사랑하고 아꼈던 우리 세대의

신념과 믿음의 상징이었던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과 당신을 보내야만 하는 아픔의 선물입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운명이라 하셨습니다.

아무도 원망하지 말고 미워하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당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게 한

바로 저 자신...

당신을 우리의 대표로 그 힘들고 어려운 정상에다

밀어 놓고도...홀로 싸우게 하고 힘을 싫어주지 못해

끝내 비운의 생을 마감하게 만들어 버린

힘 없고 못난 제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분께 이별 인사를 전하고

돌아오는 그 길에는 제 마음과 같은 짙은 안개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 나라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2009 년 5월 25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했지만

힘이 되지 못해 죄송한 이 나라의 수 많은

젊은 당신의 국민 중 하나...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