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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이야기

애플 CEO 팀쿡은 정말 못하고 있나?



팀쿡이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의 CEO 가 된지도 어느덧 2년째가 되어간다.

그동안 과연 팀쿡이 스티브 잡스를 대체할 수 있겠는가? 라는 수많은 의문들이 있었고 새로운 팀쿡 시대의 애플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걱정과 우려들도 많았다.심지어 최근에는 애플 이사회에서 팀쿡을 대체할 새로운 CEO 를 찾고 있다는 루머성 기사까지도 나오고 있다.



<포브스> 에서 보도한 애플 이사회가 팀쿡 대체자를 찾고 있다는 보도

1차 출처 : http://www.forbes.com/sites/genemarcial/2013/04/21/is-apple-looking-for-a-replacement-for-ceo-cook/

2차 출처 : http://www.fnnews.com/view?ra=Sent0901m_View&corp=fnnews&arcid=201304220100228640012901&cDateYear=2013&cDateMonth=04&cDateDay=22




팀 쿡, 그는 정말 애플 CEO 로서 못하고 있는가?


CEO 팀쿡으로서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된 2011.10월 이후 지금까지 과연 팀쿡의 CEO 로서의 실적과 애플을 이끌어 나가는 방향은 어떤 모습인지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2011년 아이폰4s 이후 2012년 팀쿡 체제의 애플에서는 아래와 같은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였다.




레티나 맥북프로 15.13인치 모델 출시

- 팀쿡 CEO 체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맥북의 신규 라인업 모델이다. 15인치에서 2880x180 픽셀 13인치에서 2560x1600 픽셀이라는 초고해상도의 레티나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기존의 맥북프로 모델과 비교해서 훨씬 얇아진 두께와 가벼워진 무게로 고급 랩탑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폰5 / 아이팟 터치 5세대 모델 출시

- 기존 전통적인 아이폰의 디스플레이 사이즈였던 3.5인치에서 4인치로 늘어난 스크린 사이즈와 알루미늄 유니바디 공법을 적용해 한층 세련된 디자인, 놀랍도록 얇고 가벼워진 무게, LTE 탑재등 기존과 차별화된 아이폰5 가 출시되었고 아이폰5 와 같은 4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아이폰4s 와 같은 A5 듀얼코어 칩이 장착된 아이팟 터치가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레티나 아이패드 (9.7인치) 와 아이패드 미니 (7.9인치) 출시

- 기존 9.7인치 아이패드는 2048x1536 픽셀이라는 초고해상도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연초에 3세대 모델이 출시되었고 가을에는 새로운 7.9인치 아이패드 미니가 출시되었다. 특히 아이패드 미니는 그동안 9.7인치 아이패드의 가장 큰 단점이었고 무게와 두께에 비해 훨씬 얇고 가벼워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히려 자사 9.7인치 아이패드를 추월하고 더욱 큰 인기를 얹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맥 출시

-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이어오던 아이맥의 디자인이 2012년형 모델에서 크게 바뀌었다. 옆 라인의 두께가 마치 면도날처럼 얇아져서 두께감을 최소화한 새로운 디자인의 모델이 출시되었다. 출시초반 생산공정의 난항으로 제품 공급에 차질이 있었으나 연말 이후에 공급이 정상 회복되었다.


매출과 수익에서도 팀쿡의 2012년 애플은 여전히 견실했으며 2011년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래 주요 IT 회사들의 2012년 매출.수익 지표이다.



2012년 애플의 매출은 181조 1,557억원으로 2011년 140조 6,251억원에 비해 약 29% 정도 증가 했으며 영업이익은 60조 6,221억원으로 2011년 47조 6,333 억원에 비해 27% 정도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45조 9,415억원으로 2011년 36조 2,802억원에 비해 26.6% 증가했다. 특히 최근 공개된 2012년 4분기 애플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아이폰5, 아이패드 미니등이 출시된 2012년 4분기의 실적은 사상 최초로 분기실적 500억 달러를 돌파한 545억 달러라는 신기록을 수립 했다. 사실 이정도면 팀쿡 체제하의 애플은 여전히 견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순항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1.급락한(?) 애플의 주가



위 그래프는 팀쿡이 본격적인 애플 CEO 로서 일하기 시작한 지난 10월 이후 현재 (2013.04.19) 까지 애플의 주가 지수 변화 그래프다. 팀쿡의 CEO 취임은 2011년 8월 이지만 실질적으로 CEO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건 스티브 잡스 사후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10월 이후 약 1년간은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때 주당 $700를 넘기도 했었지만 1년 이후 현재까지 애플의 주가는 최고치에서 내리막길을 걸으며 얼마전에는 주당 $400 이하로 떨어졌다. 실질적으로 현재는 거의 취임 당시와 비슷한 정도의 주가로 롤백이 된 상태다. 바로 이 부분을 두고 이제 애플의 시대가 지고 있다라거나 팀쿡이 CEO 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가장 큰 트집 부분이다.

물론 애플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들 (투자자들) 에게 가장 큰 기여는 회사의 가치 즉, 주가지수를 높게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부분에서 분명 애플의 투자자들은 최근 추락하고 있는 애플의 주가를 보면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고 그 이유를 찾고자 하며 가장 흔하게 꼽을 수 있는 이유로 수장의 능력 부족을 말한다면 그들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애플의 주가 하락이 정말로 팀쿡이 제대로 애플을 이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애플의 주가가 최근 급격히 떨어진 이유를 몇가지 꼽아본다면 아래 이유들이 있다.


1) 단기간에 급등한 주가에 대한 투자 기관.개인의 차익 실현


팀쿡이 CEO 로 활동하기 시작한 2011년 10월초에 $370 중반이었던 애플의 주가는 불과 1년이 되지 않은 2012년 9월 중순 최고가인 $702 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눈부시게 성장한 애플의 성과를 고려하더라도 1년간의 주가 오름세 치고는 지나칠 만큼의 큰 상승폭이었다. 일반적인 관점으로 최근 5년간의 애플의 주가 흐름 동향으로 본다면 성장이 지속하고 있다고 가정할때 애플의 현재 주가는 약 $500~550 선이 가장 적정한 선이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이런 일반적인 주식 분석의 관점으로 볼때 2012년의 기록적인 주가 상승은 분명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상과열로 볼 수 있고 주식 투자의 원칙인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 라는 명제하에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위해 애플의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당연했다고 볼 수 있다.


2) 시장 지배적 위치의 약화, 새로운 시장 개척 제품의 부재


두번째 애플 주가 하락의 이유로는 애플이 과거에 비해 앞으로는 점점 더 시장 지배적 위치가 약해질 것이고 스마트폰,타블렛에 이은 새로운 신시장 개척을 통한 차세대 수익원 창출을 위한 제품이 확실히 보이지 않다는 것. 즉 '애플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주가라는 것은 현재의 기업의 가치보다는 향후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것인가라는 미래 가치에 대한 반영이다. 지금의 애플은 여전히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사랑받는 IT 회사임이 분명하지만 갈수록 포화 상태가 되어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은 예전만큼 폭발적인 시장 지배적 위치를 가지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처음 아이폰이 등장했던 2007년 당시만 하더라도 iOS 와 아이폰은 정말 새로웠고 놀라웠다. 하지만 벌써 5년도 더 지난 지금 시점에서 iOS 와 아이폰은 너무나 익숙하고 놀랍다기 보다는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서서히 사람들은 조금씩 iOS 와 아이폰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고 그 대안으로 안드로이드는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모델들을 가지고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파고들며 고속 성장중이다. 



또 아이팟 > 아이폰 > 아이패드등 이전에 없던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는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던 애플이 아직까지 아이패드 이후 새로운 신시장 개척을 위한 제품의 출시가 없다는 것 또한 애플의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게 만드는 부분일 것이다. 2012년에 애플은 위에 언급한대로 다양한 신제품들을 쏟아내며 그 어느해 보다도 많은 제품들이 리프레시된 해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2012년에 나온 제품들은 모두 기존의 제품의 업그레이드형 제품이거나 다른 라인업으로의 확대에 지나지 않았다. 벌써 몇년째 루머로만 나오고 있는 iTV 는 과연 언제쯤 출시가 될 수 있을지 얼마나 개발이 되었는지 알 수 없고 실제 iTV 가 나온다 하더라도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의 특성상 결코 대중적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은 아닐것이기에 iTV 가 얼마나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라고 볼 수 있다. 즉 불안하게만 느껴지는 애플의 미래 때문에 애플은 지금이 최고일 것이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이것은 결국 투자자들이 애플의 주식을 매입하기보다 매도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애플을 노린 일부 투자 세력의 전략적 주가 조정


첫번째,두번째 이유에 비해 세번째는 다소 음모론적 성격의 추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애플의 경영 방식은 주식 회사이지만 주주를 위한 경영 보다는 회사 자체를 위한 경영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주식 회사라면 무엇보다 주주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기에 무리한 모험보다는 잘 되는것을 강화하고 단기적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주에 대한 배당도 적극적으로 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애플은 그러한 주주 우선을 위한 경영을 한 적이 없었다. 주주 배당도 팀쿡이 CEO 로 취임한 이후 작년에 처음으로 실시했을 정도다.

그리고 애플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2013년 3월 기준으로 현재 애플은 약 1371억 달러 (한화 약 153조원) 의 어마 어마한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애플의 현금 자산 보유에 대해 각 투자 기관들은 애플에게 불필요하게 과한 현금 보유를 하고 있다며 주주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6개월간의 다소 과도한 애플의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일부 단기 투기세력들이 애플에 대해 의도적인 주가 하락을 유도해 주주중시 경영을 무시하는 성향의 스티브 잡스 계열(?)의 경영진을 몰아내고 친 주주적인 성향의 일반적인 전문 경영인을 애플의 경영진으로 선임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천문학적인 애플의 현금 자산 1371억 달러를 목표로 말이다. 월스트릿의 단기 투기 세력들에게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은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 지금 당장 돈을 크게 벌 수 있느냐 아니냐만 중요하다.


* 금일 애플의 실적 발표를 바탕으로 현재 애플의 현찰 보유고는 $1,450억으로 늘어났다 *


여하튼 위와 같은 몇가지 이유들로 인해 최근 애플의 주가는 크게 조정을 받으며 딱 팀쿡이 CEO 가 될 때의 수준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것이 지금 팀쿡이 CEO 로서 가장 위협받는 첫번째다.



2.여전히 강력한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



사실상 팀쿡이 애플의 새로운 CEO 로 임명된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다른 무엇보다도 새로운 애플의 CEO 는 모든 현대 기업가들중 가장 인상적인 CEO 였던 스티브 잡스와 직접적으로 비교된다는 부분이었다. 과연 어느 누구가 고 스티브 잡스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팀쿡이 키노트에서 기조연설을 할 때도,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도, 어떠한 사안에 대해 발표를 할때도 그 어떤 순간에도 팀쿡은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며 잡스라면 이랬을 것이다. 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물론 "스티브 잡스였다면 아이폰5 를 발표하면서 조금 더 드라마틱하고 적극적으로 아이폰5 의 장점을 크게 어필하며 사람들에게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폰이다는 최면을 걸었을 것이다" 와 같은 가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직까지도 그가 남기고 간 발자취는 너무나 거대하고 선명하며 그의 자신감 넘치는 웃음과 표정, 화려한 말솜씨를 기억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으니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 스스로가 전면에서 애플이라는 회사의 최고의 광고판이 되었던 것에 비해 팀쿡이라는 인물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다른 이들의 뒤에서 서포트 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잡스 사후 진행된 모든 애플의 새로운 제품 발표 현장에서 가장 처음 신제품을 소개하는 역할로 CEO 인 팀쿡이 아니라 마케팅 부분 수석 부사장인 필립 쉴러가 나서고 있다.

'아이폰5' 도 처음으로 필립 쉴러의 소개로 등장했고 최근 몇년간 애플의 신제품들중 가장 강력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아이패드 미니' 역시 필립 쉴러가 한손에 번쩍 들어보이며 등장시켰다.



대중들 앞에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인물로서 애플의 CEO 팀쿡은 그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를 보며 새로운 스타일의 가끔은 건방질 정도의 자신감 넘치는 잘생긴 스타 CEO 를 동경하고 그에게 열광했다. 회사 안에서 넓은 사무실에 앉아 근엄한 표정에 양복을 빼입은 CEO 가 아닌 대중들앞에 스스럼없이 나타나서 신제품을 발표하는 CEO 의 전형을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다.

그런 스티브 잡스식 CEO 로서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나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같은 인물들이 대중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으며 브랜드의 간판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그리고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자신감과 여유 넘쳐 보이는 모습을 달든 회사의 젊은 CEO 들에 비해 분명 보여지는 부분으로서 팀쿡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사실이다.

팀쿡은 안으로나 밖으로나 여전히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이것은 팀쿡이라서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이후 그 누가 애플의 CEO 가 되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3. 뛰어난 동료들 그리고 위험한 동료들


애플의 CEO 가 스티브 잡스가 아닌 다른 누군가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역시나 잡스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포스트 스티브 잡스 후보였던 이들간의 갈등과 위험한 동거다.

2011년 1월에 이 블로그에 '포스트 스티브 잡스' 에 대한 포스팅을 한적이 있었다. (바로가기)

그때에도 팀쿡, 조니 아이브, 필 쉴러 3명을 포스트 스티브 잡스의 유력한 후보로 꼽았었는데 본인이 포스팅 마지막에 스티브 잡스라는 제왕적 리더가 최고의 인재들을 직접 컨트롤하고 조율했기 때문에 모두의 능력이 가장 최고로 발휘될 수 있었는데 과연 '킹' 의 부재에도 계속 그러한 점들이 이어질 수 있을까? 라는 우려를 했었는데 역시나 그 우려는 우려로만 그치지 않았다.



첫번째 균열은 스캇 포스탈의 이탈을 불러왔다.

넥스트 시절부터 스티브 잡스와 함께했던 스캇 포스탈은 2000년대 애플의 성공 신화를 이끈 iOS 운영 체제의 총괄 책임자였다. 고 스티브 잡스와 가장 비슷한(?) 성격으로 평가받기도 했던 그였는데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펴는 편이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불화나 반목도 꽤 많았다고 한다.

특히나 조니 아이브와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적인 부분들에서 꽤 많은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꽤나 알려져 있는 부분이다. 스큐어모피즘에 집착하는 스캇 포스탈과 심플.모던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아이브간의 갈등은 꽤 오래된 갈등의 요소였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있던 시절에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브와 스캇 포스탈간의 중재 역할과 중심축 역할을 하며 상호 협력을 해 왔지만 그의 부재이후 역시나 팀쿡은 둘간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했고 결국 두 강력한 애플의 핵심 인력간의 알력 다툼에서 밀려난 스캇은 때마침 iOS 6.0 의 빈약한 애플 지도 논란에 대한 책임을 핑계삼아 애플에서 쫒겨나게 되었다.



포스트 스티브 잡스로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잘생기고 젊은 천재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 스스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컨셉을 만들거나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조니 아이브와 함께 적극적으로 의논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했었지만 (어찌 생각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참 피곤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팀쿡의 경우 제품의 개발이나 디자인적인 부분에 있어 스티브 잡스처럼 따로 관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으므로 제품 디자인에 대한 부분으로는 거의 전적으로 조니 아이브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니 아이브로서는 자신의 의지를 100% 반영하여 마음놓고 디자인 할 수 있으니 좋겠지만 과연 이러한 의존적인 부분이 실제 애플의 제품에 무조건 도움이 될까? 사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팀쿡 체제의 애플하에서 발매된 새로운 애플의 제품들중 개인적으로 가장 멋지면서 또한 실망스러운 제품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맥북프로 레티나 모델과 신형 아이맥이다. 왜? 놀라우리만큼 뛰어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퍼포먼스급 하이엔드 랩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얇기와 두께의 레티나 맥북프로는 정말이지 참 멋진 기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하이엔드급 퍼포먼스 랩탑의 확장서잉 그야말로 시망이다. 

SSD 기본탑재는 굉장히 반가운 일이지만 일반적인 2.5인치 SSD 가 아닌 전용 규격의 Bar 타입 SSD 를 장착하고 있는 바람에 SSD 를 더 고용량으로 업그레이드 하려면 전용 규격을 가진 상당히 높은 가격의 전용 키트를 구매해야 하거나 CTO 주문으로만 가능하다. 심지어 RAM 은 아예 로직보드 부착형이라서 구매 후 업그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게 대체 뭔 짓거리인가? 맥북 에어와 같은 캐쥴얼형 랩탑이 아닌 퍼포먼스급 랩탑을 지향하는 맥북프로에서 확장성이 이렇게나 떨어진다니...



디자인적으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기지만 실제 전문 작업군에서 원하는것은 추후에 필요하다면 HDD 나 SSD 를 확장할 수 있고 RAM 도 필요에 따라 확충할 수 있는 기존 맥북프로의 솔루션을 더 선호하게 된다. FireWire 나 유선 LAN 포트의 삭제는 뭐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하는건가? 조니 아이브의 위치가 격상되면서 모든것이 디자인 우선이 되어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용성에서 너무 큰 희생을 치뤄야 한다는 점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아이맥의 경우 27인치가 아닌 21.5인치 모델은 데스크탑 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램 슬롯에 접근할 수 조차 없게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 태생이 완벽한 엔지니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난 디자이너도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것에 대해 어느정도 해박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엔지니어링 적으로나 디자인 적으로나 충분한 조언과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팀쿡은 그렇지 않다. 그의 장기는 효율적인 부품 공급선 관리와 생산량 조절등 행정적인 부분이다. 그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허나 그것에 앞서 소비자들을 반하게 만들만한 제품이 우선이 되어야 그 후에 공급과 수요 조절이 빛을 발한다.




현재 애플의 마케팅 총괄 책임자인 필립 쉴러에 대해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각종 키노트에서 신제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도맡아 하면서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의 실질적인 얼굴 마담 역할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과거 스티브 잡스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발끝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지만 현재 애플의 주요 임원들 중 거의 유일하게 키노트에서 실제적인 제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인 관계로 팀쿡 CEO 체제의 애플에서 의도치 않게(?) 가장 많이 얼굴이 알려진 애플의 주요 임원으로 그의 얼굴이 많이 알려질수록 팀쿡은 점점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그 존재감이 작아지고 있다. 



팀쿡 CEO 하에서 다른 뛰어난 2인자들이 부각될수록 점점 CEO 인 팀쿡의 대중적 존재감은 사라져만 가고 있다. 이것은 상당히 애플의 CEO 인 팀쿡으로서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애플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고 각자 할일을 하면서 협력하고 있는것이 사실인데 그것이 왜 CEO 인 팀쿡에게 위험한 일이냐고? 아무리 뛰어난 조직에서도 결국 사람들 앞에 기억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될 사람은 주인공 한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주목을 하고 환호를 하게 마련이다.

헌데 지금 팀쿡하의 애플에서는 주조연은 가득하지만 정작 주연을 해야할 사람은 대중에게 그 존재감이 너무나 작아져 있는 상황이다. 장막뒤에 숨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무대위에서 화려하게 노래하는 프리마돈나를 기억하지 장막뒤의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기억하지 않는다.


팀쿡은 애플의 현재 CEO 그 자체로서 결코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라는 위대한 선장을 잃어버리고 난 이후 크게 휘청일수도 있었던 애플이라는 거함을 팀쿡은 나름대로 잘 지휘하면서 지금까지 잘 끌어오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몇가지 이유들 때문에 팀쿡의 대표성은 상당히 위협받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CEO 즉 최고경영자로서의 팀쿡이 아닌 애플의 간판으로서의 팀쿡의 모습은 분명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팀쿡은 분명 스티브 잡스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인물이다.


그에게는 스티브 잡스같은 카리스마도 대중을 휘어잡을만한 매력도 화려한 언변도 없다.
하지만 그가 가진 가장 큰 애플 CEO 로서의 자질은 애플의 혁신을 이끌어온 지난 10여년간의 세월에 대해 가장 가까이서 경험했다는 부분이 아닐까? 스티브 잡스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의 비전과 생각들을 공유하고 그의 창조적인 정신을 함께 나누었다는 점이야말로 어찌되었건 그 누구보다도 애플의 CEO 로서의 역할에 현재 가장 걸맞는 사람이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 팀쿡을 CEO 자리에서 끌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전문 경영인이 새로운 애플의 수장이 되어 애플을 이끌어 나간다고 하면 어떨게 될까? 그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꽤 많은 기업들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들어가고 나서 어떻게 되었었던가?

애플이라는 기업은 그 태생부터가 일반 기업들과는 크게 다르다.

처음부터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 라는 모토를 가지고 전에 없던 혁신을 이끌어왔던 기업인 애플에서 지금의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을 단기적으로 해결해 보겠다고 일반적인 경영 전문가(?) 를 CEO 로 앉혀 버린다면 애플은 그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스티브 잡스 사후 이제 벌써 2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지금까지 팀쿡이 애플의 새로운 CEO 로서 스티브 잡스의 유지를 충실히 받들어 애플이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했던것이 주 역할이었다면 이제 앞으로는 그 스스로가 새로운 시대의 애플이 치열한 경쟁과 혼돈의 IT 업계에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며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가야만 할 가장 중요한 시점이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처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기에 스티브 잡스가 하지 못했던 것들도 할 수 있고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잡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CEO 를 만들었다면 팀쿡은 스티브 잡스와는 또 다른 패러다임의 CEO 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팀쿡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에게는 전세계 IT 업계의 주목받는 시선과 애플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혁신 회사를 이끌어가는 수장이라는 부담이 항시 그의 어깨를 짓누를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애플의 CEO 가 된 그의 숙명이다. 바라는점은 스티브 잡스 스스로 선택한 후계자 팀쿡이 결코 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