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사진기자재전인 포토키나 2010 이 현재 열리고 있는 중이다. 세계 최대 사진기자재전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최근 몇년간 포토키나에서 각 카메라 회사들의 최신 제품이 최초 공개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포토키나 2010 에서는 새로운 주목할만한 카메라가 많이 새롭게 공개되었다.
그 중에서도 이번 포토키나 2010 를 가장 주목하게 하는 두가지의 카메라가 있다. 바로 시그마에서 발표한 새로운 DSLR 인 SD1 과 후지 필름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발표한 DSLR 급 카메라인 X100 이다.
사실 시그마. 후지모두 DSLR 업계의 주류 브랜드인 캐논.니콘 등에 비하면 다소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두 회사에서 나오는 카메라들의 이미지 성능이나 프로세스등은 결코 니콘이나 캐논보다 뒤쳐지지도 않고 어떠한 면에서는 훨씬 뛰어난 점들도 많다. 다만 대중적인 퍼포먼스에서 캐논.니콘이 워낙에 앞서 있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있는 브랜드들이다.
■ Sigma SD1. 소형 DSLR 최고의 이미지 퀄리티를 기대한다.
시그마는 보통 캐논.니콘용 서드파티 렌즈를 제조하는 회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캐논이나 니콘의 고급 렌즈들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성능을 가지는 서드파티급 렌즈는 물론 '삼식이' '오식이' 등으로 알려진 최고급 단초점 렌즈들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그마에서 직접 DSLR 카메라를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사진에 관심이 많이 이들이 아니라면 많지 않다. 그렇지만 시그마에서는 그동안 꽤나 꾸준히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SD 시리즈의 DSLR 과 DSLR 급 센서를 장착한 컴팩트 디카인 DP 시리즈등을 만들어오면서 나름대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회사중 하나다.
특히 시그마의 카메라들이 일반적인 카메라들과 다른 점은 바로 '포베온' 센서라고 하는 독특한 방식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베온 센서는 보통 니콘.캐논등의 DSLR 에 사용하는 베이어 방식의 단층 이미지 센서가 아니라 R.G.B 의 3원색을 별도로 저장하는 3층 레이어 구조의 센서다.
과거 아날로그 필름처럼 각 원색의 감광층이 따로 따로 있어 일반 베이어 방식 센서와 달리 각 색정보를 손실없이 100% 받아들이기 때문에 화질과 색 표현력 그리고 관용도에 있어서 월등히 뛰어난 센서다.
그렇지만 뛰어난 이미지 퀄리티 표현에 비해서 요즘 카메라 센서들의 기술적 트렌드라고 할 수 있게된 고감도 저노이즈나 고화소. 연사속도 등에서는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존재였다.
기존 시그마의 SD15 나 DP1.2 등에 사용된 시그마의 포베온 센서는 20.7 x 13.8mm 크기로 35mm 대비 약 1.7 크롭에 각 레어이당 460 만 화소 정도에 불과했다. 일반 센서와 달리 각각의 레이어가 따로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RAW > JPEG 출력 과정에서 약 1400 만 화소로 출력은 가능하지만 역시 기본 기록화소인 460 만 화소의 크기로 볼때 베일듯이 날카롭고 디테일한 해상력과 풍부한 색 표현력에 비하면 다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그마의 카메라들은 RAW 전용...이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런데 이번 포토키나 2010 에서 시그마는 자사 최고의 플래그쉽 DSLR 을 표방하며 SD1 이라는 DSLR 카메라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SD 시리즈와 DP 시리즈에 탑재된 포베온 센서에서 크게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포베온 센서를 탑재하였는데 각 레이어당 1500 만 화소로 x3 레이어의 총 화소수는 무려 4600 만 화소라는 놀라운 해상력을 보여준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도 기존 1.7 크롭에서 1.5 크롭으로 커져서 심도표현과 노이즈 면에서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20.7 x 13.8mm에서 24 x 16mm로)
그야말로 포베온 센서 카메라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RAW 촬영 후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베이어 방식으로 출력하면 무려 4600 만 화소의 이미지 크기로 출력이 가능하다. 이것은 시그마의 포베온 센서를 탑재한 DSLR 뿐 아니라 현존하는 소형급 DSLR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SD1 의 주요스펙>
기존에 포베온 센서를 장착한 시그마의 SD 시리즈나 DP 시리즈 카메라를 사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만 단순히 수치적인 것 뿐 아니라 포베온 센서가 표현해 주는 이미지 퀄리티의 수준은 정말 일반 DSLR 카메라 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이다. 이번 포토키나 2010 에서 새로운 SD1 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초대형 인화해서 전시를 해 놓았는데 그 인화물의 수준을 보면 소형 DSLR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못할만큼의 뛰어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영상의 일부를 캡쳐해서 보도록 하자. 비디오 촬영 화면을 캡쳐한 것이라서 실제보다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야말로 놀라울 만큼의 수준을 보여주는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벽 하나를 가득 채울만큼의 초대형 인화한 사진(위사진) 에서 일부분을 클로즈업 한 아래 사진들을 보자
정말이지 중형카메라의 디지털 백이 아닌 소형 DSLR 로 촬영한 사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기존 소형 DSLR 중 최고화소 이미지를 뽑아내는 니콘 D3X 나 A900 (2450만 화소) 보다 훨씬 뛰어나다.
아직 직접 이 카메라를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일반 위 영상으로 본 결과물만 본다면 현존하는 그 어떤 소형 DSLR 카메라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최고의 이미지 퀄리티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이 뛰어난 결과물의 SD1 의 발매가격은 캐논의 7D 와 비슷한 가격대 (현재 7D 는 약 170 만원) 가 될 것이라고 하니 가격적인 메리트에서도 상당히 뛰어나다. 니콘의 D3X 가 900 만원대 캐논의 1Ds 가 현재 700 만원대이고 소니의 A900 이 300 만원 정도인데 비한다면 SD1 의 가격은 정말 착하다.
일반 사용자들이 쓰기에는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을것 같지만 중.소형 스튜디오나 풍경 위주의 촬영을 하는 사진작가 등이라면 최고의 이미지 퀄리티를 매우 경제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메리트가 크다.
이번 포토키나 2010 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카메라는 역시 시그마의 SD1 이다.
■ 감성과 기술의 아름다운 하모니. 후지 X100
시그마의 SD1 과 함께 이번 포토키나 2010 에서 발표된 카메라들 중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카메라 한 가지는 실로 몇년만에 DSLR 급 신제품을 발표하는건지 모르는 후지카메라의 X100 이다.
<사진출처 : SLR 클럽 후지필름 포럼 신제품 정보 게시판 Alchemist 님>
이 기계식 필름 카메라같은 클래식하고 멋스러운 생김새의 카메라는 후지 필름의 X100 이라는 카메라다
필름 카메라 같은 디자인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최신 디지털 기술이 총 망라되어 있는데 APS-C 포맷의 1230 만 화소 DSLR 급 센서를 장착하고 23mm (환산 약 35mm) F2.0 의 밝은 단초점 렌즈가 고정되어 있는 일종의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딱히 미러리스라고 하기는 또 어렵다 ^^
<후지필름 X100 공식 홍보 동영상>
특히 X100 의 가장 큰 특징은 필름 RF 카메라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단순히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을 가졌다...뿐이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매우 공들여 마감한 X100 의 디자인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충분히 자극하면서도 최신 디지털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카메라 상단부의 후지필름 로고나 각종 다이얼등은 모두 고급스러운 음각 처리가 되어있어 디자인적인 퀄리티는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이 된다. 단독 사진으로만 보면 X100 이 꽤 커다란 카메라처럼 보일 수 도 있는데 다른 미러리스형 카메라들과 비교해 보면 X100 이 꽤 작은 크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후지 X100 과 가장 비슷한 형태의 카메라라고 한다면 올해초에 국내에도 발매되었고 나 역시 잠깐 사용해 보았던 라이카의 프리미엄급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인 X1 이 있다.
후지 X100 과 마찬가지로 렌즈 고정형 (24mm F2.8 렌즈탑재) 에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DSLR 급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라이카의 X1 은 300 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라이카 유저들이나 작은 서브급 카메라를 원하는 이들에게 매우 인기높은 아이템이다.
하지만 내가 썼던 지난 Leica X1 리뷰 에서도 말했듯 X1 은 분명 좋은 카메라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비한다면 분명 아쉬울수밖에 없다 (라이카라는 프리미엄이 그 가격을 정당화 시키긴 하지만) 그런데 후지의 X100 은 약 1100$ 정도 한화로 약 120-30 만원 정도에 내년초에 정식 발매될 거라고 하니 X1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성능적으로 더 뛰어난 X100 은 매우 매력적이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후지 X100 은 새롭고 뛰어난 기능이 많다. 그중에 가장 획기적인 시스템은 바로
하이브리드 뷰 파인더라고 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광학식 뷰 파인더와 전자식 뷰 파인더가 하나로 합쳐진 이 획기적인 뷰 파인더 시스템은 매우 인상적이다. 광학식 뷰 파인더와 전자식 파인더의 장점을 절묘하게 하나로 합쳐놓은 이 신개념의 파인더는 클래식한 외관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집어넣은 X100 의 모티브를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우 유용할 것 같다.
X100 의 하이브리드 뷰 파인더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ttp://www.slrclub.com/bbs/vx2.php?id=newproduct_fuji&page=1&divpage=1&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590
오직 후면 LCD 를 통한 라이브 뷰로만 촬영해야 하는 X1 에 비해 X100 은 기존 SLR 이나 RF 사용자도 훨씬 익숙한 광학식 뷰 파인더를 통해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뛰어난 기능성의 전자식 뷰 파인더도 함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촬영 편의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보여진다. 수동 초점시에는 직접 렌즈의 포커스 링을 돌리는 전통적이면서도 정교한 조작성을 유지하고 있어 매우 유용할 것 같다. 라이카 X1 의 경우 수동 초점 조절시에 후면의 자그마한 다이얼을 돌리는 식이어서 매우 불편했다.
X100 은 렌즈 교환이 불가능한 고정형 렌즈를 탑재하고 있다. 스냅 촬영에 가장 많이 쓰이는 환산 35mm 화각의 23mm F2.0 의 밝은 단초점 렌즈가 탑재되어 있는데 최단 촬영거리는 10cm 로 간이 접사까지도 가능하다. 밝은 조리개는 뛰어난 심도 표현과 함께 해상력도 수준급일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X100 에 탑재된 APS-C 포맷 이미지 센서가 후지 SPro 시리즈에 사용되었던 고유의 허니컴 CCD 가 아닌 CMOS 센서라는 것이다. 아마도 소니제 센서를 후지에서 커스터마이징한 센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후지필름 특유의 뛰어난 이미지 프로세싱이 더해졌기에 같은 센서라 해도 이미지의 결과물은 꽤 다른것으로 보인다. 공식 브로셔에 실린 샘플 사진을 보니 역시 소니나 니콘다운 이미지 보다는 화사하고 강렬한 색감의 후지 특유의 색 표현이 돋보인다.
기존에 시그마의 DP 시리즈와 라이카의 X1 이 DSLR 급 센서를 탑재한 렌즈 고정형 컴팩트 디카로 인기를 얻고 있고 최근에는 작고 가벼운 렌즈 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가 큰 인기를 얻으며 카메라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후지필름의 X100 은 나름대로의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듯 하다. 고화질의 DSLR 급 이미지에 클래식하고 완성도 높은 아날로그적 디자인. 거기에 시그마 DP 시리즈나 라이카 X1 보다 뛰어난 기계적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 (사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등을 가지고 있기에 이 카메라는 꽤 많은 이들에게 핫한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디지털 카메라 춘추 전국 시대...
2000 년대 초반 DSLR 이 처음 등장한 이후 거의 10 년 가까이 캐논과 니콘의 양강 독주 시대가 이어져 왔지만 과연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를 쉽게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간의 디지털 카메라 10 년처럼 일방적인 니콘.캐논의 독주가 되기는 어려울 듯 하다. 2009 년부터 올림푸스 PEN 과 파나소닉 G 시리즈로 시작된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 열풍은 소니의 NEX-5 등으로 이어지며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고 그 판매량도 전통적인 DSLR 카메라 못지 않게 많아졌다. 거기에 이번 포토키나 2010 에서 발표된 시그마 SD1 이나 후지필름의 X100 과 같은 뛰어난 성능과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진 카메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니콘.캐논을 계속해서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니콘과 캐논 역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니콘의 경우 이미 이달 중순에 매우 뛰어난 성능으로 무장한 APS-C 포맷 DSLR 의 새로운 중급기인 D7000 을 발표 (D7000 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하며 많은 DSLR 유저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고 가칭 Q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미러리스형 카메라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획기적은 아니지만 니콘은 나름대로 꾸준히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유저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작년에는 캐논을 제치며 전체 DSLR 카메라 브랜드 중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반면 캐논의 최근 행보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10 년간 DSLR 업계 부동의 1위였던 캐논은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새로운 APS-C 포맷 DSLR 카메라인 60D 를 발표하였는데 오히려 기존 50D 보다 다운 그레이드 된 60D 의 기계적 퍼포먼스에 타사 유저는 물론 캐논 유저들까지도 크게 실망한 상황에서 니콘 D7000 의 발표로 그야말로 60D 는 출시되기도 전에 경쟁 기종에 밀려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60D 뿐만이 아니라 최근 몇년간 캐논에서 발표한 카메라들의 경우 과거처럼 절대적인 보급.중급.고급기를 가리지 않고 성공가도를 달리지 못하고 경쟁사에 다소 밀리는 형국이다. 게다가 카메라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이미 확실해진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해서도 가장 미온적인 입장이니 앞으로 과연 캐논이 과거처럼 카메라 업계 1위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섣불리 단정짓기가 어렵다.
앞으로 각 브랜드에서는 더욱 파격적이고 기존 디지털 카메라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성능을 가진 카메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디지털 카메라 춘추 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번 포토키나 2010 에서 나온 시그마 SD1 과 후지 X100 은 그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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