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이 최근까지 보여주는 행보는 사실 적어도 본인에게는 상당히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많다. 레티나 맥북프로, 신형 아이맥, 신형 맥 프로등을 통해 보여지는 것처럼 프로급 디바이스들에서도 사용자 확장성은 철저하게 제한하고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 행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분명 지금까지 본인이 알고 있던 애플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또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있던 시절의 애플이 아니라 팀쿡과 남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2세대 애플의 출발선에 서있고 사실 스티브 잡스 사후 지난 2년간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적어도 기업의 경영과 실적 그리고 결과물로만 본다면 충분히 잘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적어도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그리고 올해 가을 팀쿡 체제하의 애플은 지난 몇년간 가장 큰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이른바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이라고 불리는 신모델의 출시다.
본인은 지난 1월 본 블로그에 지금 애플에게 필요한건 저가형 아이폰이 아니고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무엇인가를 통해 시장을 재창출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것 이라고 포스팅을 했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팀쿡등 현 애플의 주요 경영진은 어쩌면 조금 쉬운(?) 길을 먼저 가기로 결정한거 같다.
성공할지 아닐지 모르는 새로운 비즈니스 보다는 이미 어느정도 절반의 성공이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모양세다. 저가형 아이폰은 딱 그런 제품이니까 말이다.
작년말, 올해초부터 나오기 시작한 저가형 아이폰 출시 루머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더이상 루머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애플인사이더, 9to5 Mac 등 애플 관련 루머가 주로 올라오는 사이트들에서는 최근에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그야말로 속속들이 소식들이 올라오는 중이다.
유출(?) 된 저가형 아이폰의 외형 설계도와 최근 발표한 iOS7 의 UI 등을 가지고 위의 사진들과 같이 저가형 아이폰의 예상 랜더링이 돌고 있고 아예 저가형 아이폰의 실제 부품 (케이스,버튼등) 이라고 주장하는 사진들도 속속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정도 유출이면 거의 확정된 사항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
일부에서는 유출된 저가형 아이폰의 부품 사진들을 보고 촌스럽다느니 그야말로 저렴해 보인다느니 하는 반응들이 많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실제 제품이 나온다면 결코 그런 소리는 나오지 않을것 같다.
지금까지 유출된 정보들을 종합해서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을 예상해보면
- 4.0인치 1136x640 픽셀 (326ppi) 레티나 디스플레이
- 아이폰 4s 와 동일한 듀얼코어 A5 프로세서 (혹은 어쩌면 아이폰5와 동일한 A6 일 가능성도)
- 전.후면 카메라 (4s 와 동급 정도로 예상) 및 후면 플래시 라이트
- 플라스틱 유니바디 디자인 (화이트,블랙 및 레드,블루,엘로우등 컬러 케이싱 4~5종)
- 최신 iOS 7 탑재 (Siri 지원)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컬러의 플라스틱 유니바디라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유출된 일부 사진들을 보면 형광 느낌의 원색 컬러에 유광 플라스틱 재질로 자칫 유아틱해 보인다거나 저렴해 보인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는데 과연 실제 제품이 정말 그럴까? 를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을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플라스틱의 느낌은 과거 아이폰 3G / 3Gs 의 그 고급스런 유광 플라스틱의 느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애플이라는 회사의 디자인적 집착은 거의 덕후수준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하지 말자. 애네들 절대로 예쁘지 않으면 뭐 하나도 안 만드는 넘들이다.)
최근에 나온 약간 고화질 유출본이라는 것들을 보면 실제품도 상당히 아름다운 디자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약간은 짐작할 수 있다. (실제가 아니라 그저 어설픈 목업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이폰5 처럼 알루미늄 외관을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한 것은 역시나 원가절감에 대한 부분과 함께 기존 아이폰 라인업과의 차별성 (자연스럽게 기존 아이폰 라인업은 고급형으로 이동) 을 두기위한 포석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저가형이라고 해서 결코 저렴해 보이는 디자인으로 만들지 않는 애플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디자인적인 완성도는 결코 낮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인 디자인 흐름은 지금은 단종 되었지만 플라스틱 유니바디를 채용했었던 맥북 화이트 모델과 매우 흡사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애플은 알루미늄 유니바디뿐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을 통한 유니바디 제조에도 탁월한 경험이 있으니 플라스틱 유니바디 사출에 대한 걱정도 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바로 어제 올라온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케이스의 고화질 동영상을 보자.
아이폰3Gs / 4s / 5 / 아이팟 터치등과 비교해보면 역시 3Gs 와 매우 비슷한 스타일임을 알 수 있고 결코 싸구려같은 느낌이 아니라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느낌은 그대로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이
얼마의 가격에 나오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이나 증권가쪽에서는 저가형 아이폰이라고 하지만 결코 '싸지는' 않을것이다 라고 예상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저가형 아이폰이 현재 나름 애플에서 저가형으로 판매하고 있는 4s / 4 를 완전히 대체하며 (4s / 4 의 완전한 단종) 비슷한 가격에 포지셔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 4s 의 경우 미국 가격 기준으로 16GB 기본 모델이 2년 약정에 $99 이고 무약정 언락폰은 $549 에 판매되고 있으며 아이폰 4 의 경우 8GB 모델이 미국 가격 기준으로 2년 약정에 공짜로 무약정 언락폰은 $450 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폰4s 16GB 언락폰이 75만원 아이폰4 8GB 언락폰은 5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누가 72만원 52만원을 주고 아이폰4s / 4 를 구입할까? 참고로 국내에서 아이폰5 16GB 기본 모델 언락폰은 89만원이다. 본인이라면 차라리 14만원 더 주고 아이폰5 를 구입한다.
새로운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가 정말 시장 경쟁력을 갖추려면 16GB 언락폰 기준으로 적어도 $399 정도의 가격 (국내 기준으로 42만원 내외) 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과연 그렇게 저렴한 가격이 가능할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애플이 정말 신흥 시장 개척과 iOS 점유율의 폭발적인 증가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이상 저가형 아이폰이라고 해도 그 가격은 결코 저렴해 지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애플의 제품 전략을 보면 그렇게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팀쿡 체제하에서의 애플이라면 무조건 가능성을 0% 라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저가형 아이폰이 정말 저렴하게 나온다면
애플은 또다른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애플이 지금까지 비싸지만 고급 이미지와 차별화된 iOS 경험을 내세워 단일 모델의 아이폰으로 다양한 가격대와 사양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온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과 경쟁해 왔었는데 저가형 아이폰을 따로 출시하며 라인업을 고급형,보급형으로 나눈다는 것을 즉 iOS 의 점유율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저렴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과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어차피 갤럭시 S 시리즈등 고급형 안드로이드 기기들과의 경쟁은 지금 현재의 아이폰 모델로 충분히 되어가고 있다) 그러자면 기존 아이폰과 같은 고급화 전략보다는 보급형에 맞는 가격 전략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동급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정도가 아니라면 보급형 저가형 시장에서는 기존 아이폰과 같은 고급화 차별화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급형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나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가격 지불에 적극적이지만 보급형 시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소비자의 선택기준은 저렴한 가격이다.
즉 가격대비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가? 하는 가성비의 관점이 적용되는데 이런 관점의 선택에서는 일단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군이 아니라면 비교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매우 크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애플의 방향성을 보건데 나름 저가형이라고 하지만 결코 '싼' 가격으로 나오기는 결코 쉽지 않아보인다. 정확히는 저가형 이라기 보다 보급형 아이폰이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경우 저가형 아이폰의 성적은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애플로서는 날로 늘어가고 있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에 대한 견제와 iOS 점유율의 확대라는 전략으로서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의 가격을 매우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애플에게 결코 좋지만은 않다. 시장의 요구에 맞춰 판매가격을 낮게 출시한다면 필연적으로 매출 대비 이익율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애플은 매출대비 경이로울만큼 높은 이익률을 보여왔다. 하지만 저가형 아이폰의 가격을 낮게 포지셔닝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와 같은 이익율을 포기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즉 일반적인 다른 IT 기기 회사들과 별 다를바 없는 수익구조로 가게 된다는 말이다.
더불어 기존 고급형 아이폰에 대한 저가형 아이폰의 내부 침식에 대한 우려역시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작년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로 9.7인치 오리지널 사이즈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크게 떨어진것과 같이 저가형 아이폰이 시장에서 성공을 한다면 애플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는 기존 고급형 아이폰 판매량에 더해 저가형 아이폰의 신규 수요가 늘어나는 일이겠지만 어쩌면 선택권이 다양해진 소비자들은 고급형 아이폰이 아닌 저가형 아이폰으로 그 수요가 더 많이 이동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바로 이 부분이 본인이 저가형 아이폰 (iPhone Lite) 이 과연 애플에게 보약일지 독약일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소비자들에게는 기존보다 다양한 선택권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저가형 아이폰의 출시는 꽤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다 다양한 선택권으로 자신의 취향이나 쓰임새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기존에 제한적인 선택권 (고작해야 용량의 선택에 불과했던) 에 비해 훨씬 좋을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면 기존 1.2세대 전의 아이폰을 가격을 낮춰서 나름 보급형으로 판매했었기 때문에 새롭게 저가형 아이폰 라인업이 추가된다고 해서 그것이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다르다. 기존에 1.2세대 전의 모델을 가격을 인하해서 판매했던 것은 지난 세대의 기기를 구입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새롭게 신모델이 낮은 가격에 나온다는 것과는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가 어렵다. 아이폰5 가 나왔을때 4s 나 4 모델을 구입하는 사람은 어차피 5 모델을 구입할 생각보다는 낮아진 가격의 4 / 4s 모델을 구입할 의지가 더 컸다고 보는것이 일반적이다. 5를 구입한 사람은 애초부터 5를 구입할 생각을 하고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폰5s 와 저가형 아이폰이 동시에 출시된다면?
5s 를 구입하려고 생각하던 구매층들 (이들은 대부분 기존에 4나 4s 를 쓰던 이들일 것이다.) 중 분명 새로운 5s 를 구입하느냐 저가형 아이폰을 구입하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본인조차도 현재 5를 사용하고 있지만 만약 저가형 아이폰이 실제로 출시가 된다면 다음 아이폰 모델로 5s 를 쓸것인가 새로운 저가형 아이폰을 쓸 것인가 고민을 해볼 것이다.
물론 모든것은 시장이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저가형 아이폰의 출시가 반드시 애플에게 장미빛 비단길을 열어줄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미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더이상 아이폰이 과거와 같은 절대적 제품의 위치가 아니라는 반증이고 이제는 수많은 안드로이드 폰 제조사들과 대등하거나 혹은 어쩌면 이제 열세의 위치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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